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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Newsletter 제 05호 [ 기획기사 - 대사수술 1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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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비만수술에서 당뇨수술까지; 패러다임은 이미 바뀌었다.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외과 김용진


2016년 6월, 미국당뇨병학회 공식 학회지인 “Diabetes Care”에 고도비만수술이 대사수술이라는 이름으로 당뇨치료의 표준진료지침에 포함되었다. 고도비만수술이 시작된 지 60여년, 그리고 1991년 미국보건성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지 25년만이다. 꽤 긴 여정이었다.

위장관 수술과 당뇨의 연관성이 알려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인슐린 개발 시기인 1920년대로 올라간다. “Diabetes and operation; A note on the effect of gastro-jejunostomy upon a case of mild diabetes mellitus with a low renal threshold”, 1925년 “THE LANCET”에 실린 논문 제목이다. 내용인 즉, 위-소장 연결을 시도했더니 그 부작용으로 밤사이 요당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후로도 간헐적이기는 하지만 비슷한 증례보고들이 있어왔다. 즉, 이유는 모르지만 임상경험을 통해 위장관 수술을 하면 당뇨가 좋아진다는 사실을 인지는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 인크레틴(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위장관 호르몬)이 구체화 된 것은 1964년이다.

역사적으로 이런 패러다임 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1995년 Dr. Walter J. Polies가 “Annals of Surgery”에 발표한 논문 때문이다. 당뇨를 동반한 고도비만 환자에서 위우회술 시행 후 호전 된 당뇨가 장기 추적에서도 재발 없이 잘 유지되었다는 사실로 논문 제목은 “Who would have thought it? An operation proves to be the most effective therapy for adult onset diabetes mellitus” 이었다.

2000년 이후 복강경 발전과 맞물리면서 고도비만 수술은 양적 그리고 질적으로 급격한 팽창을 이루었다. 동시에 관련 분과에서 광범위한 기초연구가 이루어지면서 조금씩 그 원인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연구는 Dr. Francesco Rubino가 다양한 위장관 수술을 통해 인크레틴 시스템의 변화를 밝혀낸 것으로 2007년의 일이다. 이후 이를 실제 뒷받침하는 다양한 임상연구 결과가 축적 되었다. 특히 수술과 기존 치료를 비교하는 11개의 무작위 할당 연구에서 수술 전 기저 체중보다 다른 요인(당뇨 유병기간, 인슐린 사용여부, c-peptide 등)이 당뇨 호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2015년 2차 “Diabetic Surgery Summit” 에서 고도비만수술을 당뇨 치료의 표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합의를 이루게 된 것이다.

한 발 더 과학적 증거를 살펴보자. 첫째, 수술(Bariatric surgery)은 분명히 당뇨 치료를 패러다임을 “care”에서 “cure”로 바꾸었다. 식이와 약물 치료로 대표되는 기존 치료의 목표는 주요 장기 기능 부전을 늦추는 것과 심혈관계 합병증을 예방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수술은 지난 60년간 일관되게 70%내외의 완치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둘째, 고도비만수술을 효용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 체중감량 이외에 대사효과를 예측하는 데, 수술 전 기저 비만도가 예측인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셋째, 고도비만수술 후 당뇨 호전에 있어 체중감량과 관련 없는 기전(weight independent glycemic control mechanism)이 있다는 것이다. 수술 후 체중감량 이전에 혈당이 조절된다는 것, 같은 량의 체중감소라 할 지라도 위밴드 수술 환자보다 위우회술 경우 혈당 조절이 더 잘 된다는 것, 그리고 비록 수술의 합병증이기는 하나 후기 덤핑을 호소하는 환자 중 심각한 저혈당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서 췌장 베타세포의 증식이 병인이라는 등의 명백한 증거들이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고도비만수술에서 대사수술로의 패러다임의 변화는 갑자기 이루어진 일도 아니며, 오랜 기간 많은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그리고 임상적 근거 역시 논란의 여지가 없을 만큼 충분하다. 이제 남은 일은 의료진을 포함한 사회와 이를 공유하는 것이며, 동시에 환자의 안전을 담보할 가이드라인과 훈련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