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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8

Newsletter 제 06호 [ 연수기 - 미지의 나라 탄자니아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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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나라 탄자니아를 다녀와서…..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홍석경 교수


드디어 출발이다. 말도 안 되는 많은 양의 약품, 의료장비, 구호물품을 난민처럼 이민가방 54에 바리바리 싸서 비행기에 올랐다. 긴 비행시간. 인천에 출발해서 홍콩, 아디스아바바를 경유하여 27시간을 지나 탄자니아 므완자공항까지 도착했다. 외딴 곳에 많은 인원과 짐이 가니 항상 예상치 못한 복병은 있다. 밀수를 의심하는 많은 약품들로 세관에서 매번 문제가 되어 짐을 풀어 헤치고, 의료봉사를 증명하기 위해 이런저런 서류를 요구하며 공항에 발을 묶어 놓기도 한다. 모두들 처음에는 이런 문제들이 발생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지만 며칠만 지나가면 이런 일은 일상이 되고 또 어떻게든 해결을 해낸다.

긴 시간이지만 역시 여행의 시작은 설렘과 두려움… 지루하지만은 않다. 탄자니아를 도착해 처음부터 3일간 Sangabuye, Isole dispensary, Mwangika health center 에서 하루씩 진료를 하는 강행군이다. 서울아산병원의 의사와 간호사, 울산의대 학생 및 자원봉사 학생으로 구성된 21명의 소수정예지만 1시간만 지나면 무원고립의 허허벌판이나 창고가 어엿한 예진실, 진료실, 수술실, 검사실, 약제실을 갖춘 의료현장으로 변한다. 마치 워낙 같이 손발을 맞췄던 팀처럼 일사문란하게 진행한다. 탄자니아 의사들 3명도 합류했다. 대학교수진이라 자질도 손색 없었다.

상상만 했던 아프리카 사람들을 처음 접하면서 약간의 두려움과 설레임이 있었지만 정작 그들은 매우 순박하며 낯선 우리를 믿으며 몸을 맡겨 주었다. 허허벌판 진료소에 분만을 위해 찾아온 만삭의 산모, 21세 병색이 완연한 청년을 HIV 검사를 해 달라고 찾아온 노인, 백혈병에 걸려 열이 펄펄나는 아이를 고치겠다고 앞뒤 가리지 않고 도심을 향하는 우리 진료차에 올라타고 이동하는 아버지. 간암 말기라는 사실을 임시 진료소에서 처음 듣고 좌절하는 그들의 모습, 진료소 대기 중 의식을 잃고 발작을 일으키는 젊은 여자들. 해 줄 수 있는 건 제한적인데 무조건 믿고 찾아온 그들. 다행히 진료소의 진료에 중환자인 경우 근처 병원으로 전원시킬 수 있는 연락처를 마련해 두어 무엇보다 마음 한 켠에 위로가 되었다. 무지로 인해 지역에 만연해 있는 매독, AIDS 등 감염성 질환에 시달리는 것은 매우 안타까왔다. HIV도 20%가 넘으며 기타 매독 증 성병들도 만연해 있었다. 탄자니아는 무슬림 문화의 영향으로 일부다처제가 유지되고 있으며 아이들도 많으면 15명까지도 가지는 대로 애를 낳는다. 취약계층일 수 밖에 없는 여성과 아이들. 특히 여성들은 현실적으로 성대상, 출산, 육아에 방치되어 있었다. 마치 미개한 문화처럼 보이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아이가 아파 고칠 수 있다면 생계 등 앞뒤 가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다른 병원으로 따라 나서는 모성애, 부성애는 지구 반대편의 한국이나 아프리카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자연 및 사회적 환경에 매우 순응하고 사는 모습이 우리네와 살아가는 방식이 매우 상반되어 낯설었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상대방을 선입관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며 순간 순간 시간에 몸을 맡기고 행복해 보였다. 우리들도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처음에 힘들었던 냄새, 음식들이 점점 익숙해지고 스킨쉽도 스스럼없이 하게 되었다.

평소 서울아산병원 직원으로 많은 인력, 자원을 갖춘 서울아산병원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지만, 이렇게 개인의 재량이 빛을 발하는 의료봉사 현장에서 보이는 우리들의 전문성과 책임감은 우리의 역량이 얼마나 뛰어난지 깨닫게 된다. 또한 이런 개인이 역량이 모여 거대한 서울아산병원을 든든하게 받히고 있구나 하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의료인들이 느끼는 단기의료봉사의 딜레마는 있다. 마치 선심 쓰듯이 약을 뿌리고 오는 일회성 의료봉사가 그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지구 어딘가에 그들을 도와주려는 이웃이 있다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의미에 둔다. 또한 의료적 측면에서도 진단 및 치료보다는 앞으로 진단하고 예방에 좀 더 교육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초등학교에서 500명의 학생의 신체검사를 한 것은 오히려 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것이다. 모든 의료봉사자들은 그들에게 해 주는 것 보다 봉사하러 가는 우리들이 오히려 받는 것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진료를 해준다는 자만한 마음을 지양하고 좀 더 배우는 낮은 마음으로 그들을 대해야겠다. 더불어 세렝게티 캠프장에서 본 수많은 별들도 아직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