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영역에서의 영양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중환자외과 이재명
중환자 관리에 있어서 영양 치료는 단순히 경장영양(enteral nutrition, EN) 또는 정맥영양(parenteral nutrition, PN)과 같은 인공영양(artificial nutrition)을 공급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영양치료는 환자 치료 결과, 치료비, 재원기간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치료의 일환이며, 따라서 중환자에서 가장 적합한 영양치료를 위한 임상지침 등이 끊임없이 보완되거나 갱신되고 있다. 2016년도에는 2009년 이후 두 번째로 만들어진 SCCM/ASPEN 중환자영양 지침이 발간되었는데, 이는 2013년 12월까지 발간된 480개의 참고문헌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으로 중환자영양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한 번 들여다볼 것을 권유한다. 이에 더해서 2018년도에 새로 발간된 중환자 영양 관련 리뷰 저널들 중 몇 가지 흥미로운 내용들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중환자에서 경장 영양이 우월한가?
-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란 저널에 중환자에서 시행된 경장영양을 정맥영양 단독 또는 정맥/경장영양 혼합과 비교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25개 연구(23개 무작위 배정 대조 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과 2개의 유사 전향적 연구[quasi-randomized studies]), 8816명을 대상으로 한 통계 분석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경장영양 단독 환자군이 정맥영양 단독 환자군보다 패혈증 빈도가 낮았다(RR 0.59). 대신 환자의 구토 빈도는 훨씬 높았다(RR 3.42). 그러나, 경장/정맥영양 혼합 환자군과 비교하였더니, 경장영양 단독군에서 30일 사망률이 더 높았고(RR 1.64), 폐렴 발생 빈도도 더 높았다(RR 1.4). 결론은, 경장영양이 정맥영양 단독 또는 경장/정맥영양 혼합군과 비교하였을 때, 병원사망률, 90일과 180일 사망률, 인공호흡기 제거일 등의 면에서 더 우수하다거나 나쁘다고 말할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 Cochrane Database Syst Rev. Enteral versus parenteral nutrition and enteral versus a combination of enteral and parenteral nutrition for adults in the intensive care unit. 2018 Jun 8;6:CD012276. doi: 10.1002/14651858.CD012276.pub2.
2. 위잔여량 확인
- Burns 이란 저널에 실린 systematic review인데, 26개 저널 중에 화상 환자에 국한된 논문 6개로만 분석하였다는 아쉬움이 있다. 결론은, 논문별로 위잔여량 확인법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 그리고 위잔여량 측정이 경장영양 중단의 흔한 원인이며, 위잔여량이 많았다고 해서 위장관 기능 이상이나 흡인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논문에서는 500ml 정도의 수치를 정하고, 한 번 정도 500ml 이상의 위잔여량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경장영양을 줄이거나 중단하지는 말되, 주의깊게 살펴보면서 위장관 기능 등을 평가할 필요는 있겠다고 제안하였다. 2016 SCCM/ASPEN 지침에서 화상 환자는 6시간 이내 경장영양을 시행하라고 권고할 만큼, 조기 경장영양 시작과 경장영양의 유지가 강조되고 있다. 위잔여량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의사의 소극적인 판단으로 경장영양 중단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논문이라고 하겠다.
- Burns. Measuring gastric residual volumes in critically ill burn patients - A systematic review. 2018 Jun 15. pii: S0305-4179(18)30386-3. doi: 10.1016/j.burns.2018.05.011. [Epub ahead of print]
3. 재급식 저인산혈증
- Curr Opin Crit Care 에 실린 리뷰 논문에서 다룬 여러 주제 중에 중환자에서 발생(한다고) 하는 재급식 증후군에 대한 언급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그러나 실제로 임상에서 재급식 증후군으로 인지하는 경우가 흔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어서 위에서 (한다고)를 삽입하였다.) 특히 재급식 증후군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여러 전해질 수치 저하 중에서 재급식 저인산혈증을 따로 강조하며 언급하였다.. 재급식 저인산혈증은 혈중 인산 수치가 정상이나 기저 수치보다 0.16 mmol/L 이상이 저하되거나, 수치 자체가 0.65 mmol/L 미만인 경우이라고 정의하였다. 중환자에서 실제로 저인산혈증은 매우 흔하게 관찰되는데, 혹시 재급식증후군의 일환이었는지에 대한 의심이 적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불러오는 내용이었다. 이 논문에서는 어쨌든 중환자실에서 전해질 불균형이나 재급식 증후군으로 인한 낮은 전해질 수치들도 금방 교정이 가능하므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지만, 초기 중환자실 관리 시기에 열량 제한을 수일 지속한 후 서서히 목표 열량으로 증량할 것을 권유하였다. 국내 많은 의사들이 중환자실 환자의 혈중 인산 농도를 아예 측정하지 않거나 일주일에 1회 정도만 측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인산혈증 시에 혹시 재급식 증후군으로 인한 변화는 아닌지 한 번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 Curr Opin Crit Care. Changing paradigms in metabolic support and nutrition therapy during critical illness. 2018 Aug;24(4):223-227. doi: 10.1097/MCC.0000000000000519.
4. 중환자의 영양 요구량 측정
- 간접열량계(indirect calorimetry)는 중환자의 열량 요구량 측정에 표준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에 나온 논문들을 종합해보면, 1) 간접열량계를 이용하여 측정된 열량 요구량을 목표한 환자군에서 다른 방법으로 열량 요구량을 계산한 환자군보다 열량 공급이 더 많이 이루어졌다, 2) 간접열량계를 이용한 영양 지원을 한 군에서 계산식을 이용한 열량 계산에 기반하여 영양 지원을 한 환자들보다 임상 경과가 더 좋았다, 3) 과영양 공급을 피하기 위해서 간접열량계를 이용해서 얻어진 안정 시 에너지 소비량(resting energy expenditure) 대비 0.7 - 1사이의 양으로 공급하자. 등의 내용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실제로 간접열량계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임상의사나 영양사의 수는 매우 적은 실정이다. 2011년도 보고이긴 하지만, 대규모 전향적 연구에서도 중환자실 환자의 1% 미만에서 간접열량계 측정이 이루어졌다는 해외 보고도 있다. 이는 기계가 다루기 어렵고, 측정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가격이 비싼 등등의 여러 이유 때문인데, 이런 문제가 금방 개선될 조짐이 없기 때문에 아마도 국내에서 간접열량계가 보편화되는 데에는 시간이 한참 걸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지식과 실제의 괴리감이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 Nutrition. Should we calculate or measure energy expenditure? Practical aspects in the ICU. 2018 May 9;55-56:71-75. doi: 10.1016/j.nut.2018.05.001. [Epub ahead of p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