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일본외과대사영양학회 학술대회 참관기
제 55 회 일본외과대사영양학회 학술대회(The 55th Annual Meeting of the Japanese Society for Surgical Metabolism and Nutrition) 참석은 말 그대로 갑작스럽게 결정되었다. 오사카는 이미 수 차례 다녀왔던 터라 새로울 것도 없었지만,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와의 joint symposium을 위해 하늘 같은 선생님들께서 가시는 길에 숟가락 얹어서 가는 형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소중한 기회였기에 기꺼이 가겠다고 했던 것 같다.
학회 날짜가 다가오면서 오사카를 포함한 간사이 지방에 태풍이 지나가면서 폭우가 쏟아지고 지진이 발생한다는 뉴스들이 보도되어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간사이 공항에는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했다.
영양이라는 세부 분야 관련 해외 학회에 참석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전공의 때 처음으로 학회장으로 향하는 두근거림도 있었고, 더 큰 규모, 더 많은 참석인원, 더 생기 넘치는 장내 분위기에 대한 약간의 기대감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학회장에 들어서서 받은 첫 인상은 충격적이었다. 학회 규모는 생각보다 작았고, 부스 전시는 다소 허술한 면이 있었다. 내가 발표했던 International Session에는 청중이 20명 안팎이었기 때문에 한 편으로는 안심이 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실망스럽기도 했었다. 그러나, 같은 시각에 다른 홀에서 진행되었던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와의 joint symposium 에는 그 넓은 홀에 빽빽한 청중이 참석하고 있었으며, 그 열기는 실망스러운 첫 인상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사실, 학회보다 더 좋았던 시간은 학회가 끝난 후의 저녁만찬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참석자들이 모여 만드는 저녁만찬 시간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딱딱한 자리라기보다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어우러져 학회를 축하하며 신나게 즐기는 잔치 같은 자리였고 흥이 넘쳐 보였다. 무엇보다 같은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격식 없이 만나 친분을 쌓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자신들만의 네트워크를 형성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네트워크 안에 우리 선생님들께서 큰 역할을 하고 계신 것 같아 자랑스러웠고, 나 또한 선생님들과 술잔을 마주하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들을 수 있었기에 더없이 뜻 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제 막 자신의 연구를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해외 학회를 핑계 삼아, 한참 앞서가시는 대가 선배님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인터넷으로 모든 자료를 공유할 수 있고, 화상 회의를 통해 충분한 토의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바쁜 와중에 한 자리에 모여 몇 날 며칠을 이어가는 학회가 여전히 남아있는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어떤 새로운 연구가 발표되었고, 누구의 강의가 흥미로웠는지는 단 한 문장도 적지 못할 것 같다. 다들 추측할 수 있는 흔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방기를 적어놓고 보니, 못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다음엔, 물론 경쟁자가 많아질 이후에는 이런 기회가 하늘에서 떨어질 거라는 보장이 없지만, 간단한 일본어를 공부해서 조금 더 공을 들여 학회를 즐겨보고 싶다.